세계가 놀란 기술, 한국인이 만들었다…“사람이 그린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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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3.16. 오후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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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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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AI로봇 ‘프리다’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한 오혜진 카네기멜론대학교 교수. <사진제공=CMU로봇연구그룹>
고도화된 인공지능(AI)을 탑재해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한획 한획 그림을 직접 그려내는 로봇이 개발됐다. 인간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창의성’의 영역에 도전하는 로봇이 등장한 셈이다. 최근 이용자 요구에 따라 그림을 무제한으로 ‘뚝딱’ 찍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저작권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로부터 자유로운 AI로봇이 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지 주목된다.

16일 글로벌 로봇학계 등에 따르면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교 로봇 연구그룹(BIG)은 그림을 그리는 로봇 ‘프리다(FRIDA)’ 개발에 성공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그림을 말이나 사진으로 설명하면 팔처럼 생긴 로봇이 아크릴 물감으로 천천히, 대담한 붓놀림으로 그림을 그려낸다. 로봇이 물감을 쓰고 일일히 붓작업을 하며 인간과 함께 작업한다는 점에서 오프AI가 개발한 달리(DALL-E) 등 시장에 나온 이미지 생성 AI와 차별점이 있다.

주목되는 것은 프리다를 개발한 사람이 한국인 공학자라는 점이다. 오혜진 카네기멜론대 로봇학과 교수가 프로젝트 책임연구자(PI)를 맡아 모든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오 교수는 “예술을 통해 새로운 기술 분야를 개척하겠다”다는 일념으로 펀딩도 없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리다는 실생활에서 쓰임새가 있는 AI로봇 상용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 현지 로봇학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오 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생성형AI가 찍어내는 그림들은 프린트 할 수는 있지만 페인트로 그릴 수는 없다”면서 “생성형AI가 ‘비대면 줌 미팅’이라면 프리다는 ‘대면 미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그간 로봇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지만 대부분 그림을 그리는 것(창작)보다는 엔지니어링을 통해 주어진 이미지를 로봇으로 ‘찍어내는’ 기술에 가까웠다. 프리다는 AI를 접목해 이 문제에 접근했다. 오픈AI의 챗GPT와 유사한 방식의 AI모델을 활용해 로봇이 붓질을 통해 이미지를 그리는 방법을 시뮬레이션하고, 기계학습을 활용해 작업 진행률을 평가하는 식이다. 오 교수는 “프리다는 AI 의 분야 중 하나인 계획 (Planning) 방식을 사용해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처음에는 조금 모호할 수도 있는 ‘생각’을 천천히 구현해낸다”고 설명했다.

그림을 그리는 AI로봇 개발의 최대 난제는 가상과 현실 사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다. 오 교수는 “프리다 시스템을 크게 시뮬레이션 (상상)과 실제 작동(현실)으로 나눠보면, 생성형 AI와 같은 모델들을 사용해 그리고자 하는 그림을 상상하고, 카메라를 통한 인식으로 붓의 움직임을 정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여기서 시뮬레이션 환경과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하는데 최근 프리다 로봇의 실제 데이터를 사용해 이 간격을 줄이는데 큰 성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해당 연구성과를 오는 5월에 런던 열릴 국제 로봇학회 ‘ICRA 2023’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프리다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다만 아직 실제 판매 가격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오 교수는 “저렴한 로봇으로도 많은 학생들과 연구자들, 그리고 다양한 일반 대중이 쓸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다”면서 “쉽게 설치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버전도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프리다를 인간과 로봇이 가진 ‘창의성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로 정의했다. AI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는 것이다.

오 교수는 “저희 연구팀은 프리다를 써서 AI와 로보틱스 연구를 하고, 사용자는 프리다를 써서 표현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서 “예술은 창의성이 가장 중요한데 새로운 기술이나 도구가 나오면 그것을 써서 새로운 분야가 창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프리다가 사용자와의 공동 작업을 지향하고 음성, 소리, 음악, 텍스트, 사진 등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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