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민 들어주고 월 500” 여성들 등친 채팅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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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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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대화 알바 미끼로 유인
현금화에 추가 비용 필요하다고 속여
피해자 최소 수십명, 경찰 수사 확대


로맨스 스캠, 몸캠 피싱 등에 악용되던 채팅 사기가 최근 ‘대화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젊은 여성을 유인하는 신종 사기로까지 변화하고 있다. ‘건전한 채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며 채팅사이트에서 일하게 유인한 뒤 돈을 뜯어낸 일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채팅 아르바이트를 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인 뒤 “벌어들인 사이버 포인트를 현금화하려면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며 돈을 가로챈 채팅사이트 관계자들을 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현재 해당 사이트는 폐쇄된 상태다.

2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2월 “채팅만 해도 월 200만~500만원을 보장한다”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받았다. 익명의 채팅사이트에서 대화 상대방이 보낸 다이아 1개를 1원으로 계산해 환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일주일 동안 A씨는 이 채팅사이트에서 다이아 600만개를 벌었다. 하지만 막상 현금화를 요청하자 사이트 측은 “환전하려면 등급을 올려야 한다”며 100만원을 요구했다. 돈을 입금한 뒤에도 환전이 이뤄지지 않자 A씨는 경찰에 해당 사이트를 신고했다. 알고 보니 같은 수법에 당한 피해자가 수십명에 달했다.

채팅사이트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일 환전 및 당일 입금이 가능한 고수익 알바가 있다” “음란 대화가 아니다”며 여성들을 모집했다. 대화만 해도 분당 300원가량의 사이버머니가 쌓였고, 대화 도중 수십만원씩 포인트도 받을 수 있었다.

피해자 B씨도 다른 채팅 사이트에서 비슷한 수법에 당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던 B씨는 “1~2시간만 일해도 3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채팅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지난해 9월 170만 코인을 벌었다. 하지만 환전 과정에서 사이트 측이 추가 요금을 요구했고 이후에도 “(송금) 계좌번호 끝자리가 틀렸다” “송금 한도를 맞춰야 한다” 등의 말에 속아 13차례에 걸쳐 무려 4892만원을 건넸다.

B씨는 “중간에 멈추면 지금까지 보낸 돈도 받을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의심을 하면서도 돈을 계속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결국 은행 대출까지 받아야 했는데, 더 보낼 돈이 없어 입금을 거부하자 사이트는 돌연 B씨 접속을 차단했다.

또 다른 사이트에서 80만원의 피해를 본 20대 여성 C씨는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채팅 일에 나섰다가 사기까지 당했다. 그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이 간절하다 보면 실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채팅 상대방으로 참여한 남성들도 공범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조사 중이다. 애초 채팅 아르바이트 자체가 사기를 위한 ‘판’이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피해자들은 “채팅 상대 남성이 한 번에 400만원에 달하는 포인트를 보내는 등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환전을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추가 피해 사례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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