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률구조공단은 22일 채무자 A씨를 대리해 한 불법 대부업체 총책 B씨와 중간관리자, 직원 등 4명을 상대로 계약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A씨가 B씨 등으로부터 받은 정신적 피해 보상을 위해 1000만원의 위자료도 함께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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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거리에 부착된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
대출 과정과 조건도 까다로웠다. A씨가 카카오톡으로 연락하자 B씨는 A씨를 텔레그램으로 초대해 여러 정보를 요구했다. 급전이 필요했던 A씨는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조부모와 부모, 직장 지인, 친구 총 11명 연락처와 카카오톡 프로필 스크린샷을 건넸다. 친척과 지인 9명의 인스타그램 계정도 알려줬다. A씨는 자필 차용증을 들고 찍은 셀카 사진까지 보냈다고 한다.
일주일 뒤 결국 A씨가 원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자 B씨는 나체사진을 지인에게 전송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가 B씨에게 나체사진을 보낸 적은 없지만 불법 대부업체들이 연합해 개설한 텔레그램방을 통해 A씨가 과거에 다른 대부업체에 제공한 나체사진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대부업체는 A씨 아버지와 친구, 지인 등 9명에게 나체사진을 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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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법률구조공단. 대한법률구조공단 제공 |
공단은 재판 과정에서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한다는 민법 제103조를 중심으로 계약 무효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법 대부계약이 103조 위반으로 무효가 되면 동법 제746조에 따라 대부업체는 채무자를 상대로 대출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불법 대부계약 무효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명확히 없는 것으로 봤다”며 “이번 소송은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