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벌었다” 인증 믿고 3500만원 투자…하루만에 날리고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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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커진 증시시장에 투자 사기 활개

7월까지 리딩방 피해 건수만 ‘940건’
피해자 1만명 육박...액수만 2412억

SNS∙오픈톡 등 익명 통해 회원 모집
투자자들에 수익인증 하며 환심사고
수백만원 ‘유료이용’으로 유인까지
유명인들 사칭한 투자 사기도 늘어


◆ 리딩방 사기 기승 ◆

유사투자자문업자 [사진 = 연합뉴스]
“팀장님 덕분에 저 오늘 상담받고 300만원 투자해 200% 수익 났어요.”

“저는 7000만원으로 1억원 환급 받았어요.”

최근 경찰에 덜미가 잡힌 리딩방 투자조직에 속한 위장 투자자(일명 바람잡이)들이 단체 대화방에 올린 글이다. 이들은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다며 1억원 가량의 금액이 찍힌 허위 계좌 내역을 올리면서 투자자들을 속였다. 거짓 수익에 혹한 투자자들이 앞다퉈 후속 투자에 나섰다.

A씨는 올해 1월 주식리딩방 손실보상팀을 사칭한 B씨의 권유로 3500만원을 입금했다가 하루만에 날렸다. B씨는 금융감독원 명의의 가짜 문서를 제시하면서 당국의 권고 조치에 따라 고객들에게 손실 보상을 해준다고 장담했다. 원금보장을 약속하며 가상자산 투자를 권유한 것이다. A씨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돈을 입금했지만 B씨는 바로 잠적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수익을 내기 어려운 장세가 이어지면서 이를 악용한 투자 리딩방 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들어 7월까지 경찰이 집계한 투자 리딩방 피해 건수만 940건에 이른다. 피해자 숫자는 1만명에 육박하고, 피해 액수는 2412억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일경제 취재팀이 투자리딩방 5곳에 직접 참여해 실태를 취재한 결과 이들은 교묘한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며 ‘묻지마 투자’를 부추기고 있었다. 자칭 투자 전문가로 불리는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오픈채팅방처럼 익명이 보장된 채널을 통해 회원을 모집했다.

이들은 처음 방문한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돌려주면서 환심을 산다. 이후에는 허위 수익률과 종목 적중률을 비롯한 근거 없는 실적을 내세우며 ‘유료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이용료가 필요하다고 유인하는 경우가 많다.

한 주식 리딩방에 들어갔더니 수익을 봤다는 인증 사진이 공유되고 있었다. 그러자 방에 있던 다른 투자자들이 일제히 “오늘도 수익 감사합니다”, “차트 정확하게 읽으셨네요”라고 외치며 동조하기 시작했다. 또다른 주식 리딩방에서는 1대1 투자상담을 제안하며 “제대로 된 급등주를 추천 받으려면 유료 회원이 돼야 한다”며 회원가입을 권유했다.

한 텔레그램 리딩방에서는 특정 종목의 매수량까지 정해주고 인증하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해당 종목을 매수한 이들이 인증샷을 올리고 다시 매도하라는 공지가 떨어지자마자 12분만에 매도 행렬이 이어졌다. 종목과 매도매수 가격과 시점을 특정하면서 선행매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하겠다는 이들을 동원해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

이들의 추천대로 주식을 매매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가조작과 같은 중대 형사사건에 연루되기도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딩방 운영자의 매매지시를 따라했다가 검찰 수사는 물론 형사재판을 받게 될 수 있다”며 “가짜 가상자산 투자사이트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수익 인출을 위해 필요하다며 추가 수수료까지 받아 챙기고 연락을 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상자산인 코인 투자가 늘면서 시세를 조작해 이득을 챙긴 경우도 늘고 있다는 것이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피해자들이 코인을 대량으로 구매하도록 한 다음 가격이 상승하면 보유한 코인을 팔아치워 수익을 내는 수법이다.

SNS를 중심으로 유명인을 사칭한 가짜 투자 리딩방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명 방송인 백종원·홍진경 대표를 사칭한 사례가 있었고, 모 경제전문가를 사칭한 게시물이 인터넷에서 버젓이 유포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홍 대표는 자신의 SNS에 “저는 어떤 주식 방도 운영하지 않는다. 요즘 이런 허위광고가 소셜미디어에 많이 보인다”며 “이런 걸 보시면 속지 마시고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신고 부탁드린다”고 해명글을 올리기도 했다.

투자 리딩방은 비대면으로 온라인상에서도 얼마든지 투자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어 국경까지 초월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내년 3월까지 투자리딩방 불법행위에 대해 특별단속에 나설 예정이지만, 워낙 은밀하게 범행이 일어나다 보니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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