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문자 받았었는데”…2년만에 1000억 ‘역대급 투자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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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1.08. 오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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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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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보장, 투자금 두배로 불려준다”
불특정 다수에 3600만건 문자 발송
접근한 피해자 환심 산 뒤 자금 꿀꺽
총 5500여명에 1014억원 입금받아
범죄수익 행방묘연… “피의자 추적중”


A씨 조직이 피해자들에게 제시한 가짜 경력.[제주경찰청]
가상화폐와 달러, 금 등 자산 투자를 미끼로 2년 만에 1000억원이 넘는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들이 피해자를 물색하기 위해 쓴 문자 메시지 비용만 11억원(3600만건)에 달한다.

제주경찰청은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직 조직폭력배 A씨(30대) 등 1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또 A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21명은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총책으로 있는 조직은 가상화폐와 달러, 금 등에 투자해 원금 보장은 물론 고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했다. 이어 문자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들에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허위 투자사이트 등으로 유인, ‘투자자산운용사’, ‘자산관리사’ 자격증을 보여주며 피해자들의 환심을 샀다. 채팅방에는 실제 큰 수익을 거뒀다는 글을 게시하는 ‘바람잡이’도 투입했다.

A씨 등은 피해자들에게 처음에는 10~20만원의 소액 투자를 유도했고, 실제 투자금의 두배 가량에 해당하는 수익금을 지급했다. 이후 피해자들이 고액의 투자금을 맡기기 시작하면 “수익금이 발생했는데, 인출을 위해서는 수수료 25%를 내야 한다”고 속여 투자금과 수수료를 모두 챙겼다.

A씨 조직이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유도하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제주경찰청]
이러한 방식으로 이들은 2020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피해자 5500여명에게 총 1014억원을 입금받았다. 이 중에는 8억원을 송금한 피해자도 있었다. 또한 범행에 대포통장 108개를 사용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지난 3월 계좌 추적과 통신수사 등을 통해 자금세탁 조직원을 최초로 검거했고, 이후 탐문 수사 등을 통해 총책인 A씨까지 체포했다. 하지만 나머지 총책 B씨 등 2명은 현재 도주 상태이며, 범행 수익금 대부분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수도권에는 본사와 영업팀을, 지방에는 자금세탁팀으로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총책을 제외한 나머지 조직원들은 대부분 고수익 알바 등의 명목으로 모집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트 운영과 문자 메시지 발송비 등을 제외한 범죄수익금은 모두 현금으로 인출됐다”며 “도피 중인 B씨 등을 끝까지 추적해 범죄수익을 최대한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르는 전화·문자·SNS로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며 “특히 원금 보장과 200% 이상의 고수익을 약속하는 내용은 피해자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악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1000억원대 투자 사기 조직도.[제주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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